가혹한 환경에 살면서 병에 걸리기 쉽고 젊어서 죽을 운명인 동물은 자구책으로 일찍 새끼를 낳아 얼른 성장시킨다. 고달픈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역시 10대에 자식을 낳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미시간대 보비 로는 세계 각국의 여성이 아이를 갖는 시기와 기대 수명의 관계를 분석했다. 2008년 계간 '비교문화연구(Cross-Cultural Research)' 8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기대 수명이 짧은 여성일수록 어린 나이에 첫아이를 임신한다고 보고했다.
영국 뉴캐슬대 대니얼 네틀은 선진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영국의 8000가구를 분석한 결과 가장 궁핍한 사람들의 기대 수명은 50년에 불과해서 부유한 사람보다 20년 가까이 적었다. 2010년 격월간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3·4월호에 '젊어서 죽고 빨리 산다(Dying young and Living fast)'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가난한 여자는 어린 나이에 첫아이를 임신하며 단기간에 여러 자식을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10대에 서둘러 어머니가 되는 현상은 미국 흑인사회에서도 확인됐다. 부유한 사회의 여인이 30세에 첫 임신을 하는 반면 가난한 지역의 여자가 20세 이전에 출산하는 것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현상으로 밝혀진 셈이다.
궁핍한 집안의 딸들에게 조기 출산이 열악한 환경에 대처하는 생물학적 전략이라면 이는 결코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만은 없는 문제다. 따라서 영국 주간 '뉴 사이언티스트' 7월 17일자 커버스토리는 가령 많은 예산을 투입해 성교육을 실시하더라도 10대 출산을 막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경제적 취약 계층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과 아울러 미래에 희망을 걸게끔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공명정대한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개천에서 용이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